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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경향신문] 교묘해진 사이버 성범죄…못 쫓아가는 처벌 조항2018-05-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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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진 사이버 성범죄…못 쫓아가는 처벌 조항


ㆍ직접 찍은 사진·영상만 해당…‘성적 수치심’ 판단도 불분명
ㆍ기소 사건 중 실형 겨우 9%
ㆍ개정 법안 11건 국회 계류 

 

20대 남성 ㄱ씨는 여자친구로부터 받은 그의 알몸 사진을 동의 없이 인터넷에 유포했다가 성폭력처벌법 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재판에서 ㄱ씨의 죄명은 형량이 낮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변경됐다. 성폭력처벌법 조항은 타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이유다.  

40대 남성 김모씨는 2011년 4월 여중생과 화상채팅을 하면서 알몸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 뒤 컴퓨터 화면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촬영한 대상이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신체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피해자의 신체가 찍힌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이 미흡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사진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성적 수치심’이란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치심을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6년 여성의 신체를 49차례 불법 촬영해 기소된 20대 남성 유모씨에게 “촬영된 신체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했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6%에 불과했던 디지털 성범죄는 2015년엔 24.9%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지만 처벌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해당 법률 위반으로 인해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1심 판결 216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약 68%(147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집행유예가 17%(36건)이고 실형은 9%(20건)에 불과했다. 

20대 국회에는 이 법의 문제점을 개선한 개정 법안만 11개가 발의돼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9월 ‘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하게 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접 촬영한 신체뿐 아니라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경우도 처벌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3월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들은 모두 통과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심각한 폭력 행위”라며 “유포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281752001&code=9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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