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간담회' 열려
숙식 제공받으면 자발성 있는 것으로 간주, 피해자 아닌 '대상아동·청소년' 분류
사회적 낙인·처벌 두려움으로 위축돼 성매매 피해 굴레에서 못 벗어나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 피해자로 인정하는 아청법 개정 촉구
4일(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아동·청소년'이라는 개념을 시급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성인과 채팅을 하고 자발적으로 이동했다는 이유로 성폭행 '피해아동·청소년'이 아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보는 현행법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청법의 본래 입법취지는 성매매와 성폭력행위의 대상이 된 청소년을 보호·구제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상업적 청소년 성착취 근절대책을 강화하고자 한 것인데 현행 아청법의 '대상아동·청소년' 조항은 입법취지에도 전면 배치된다"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성매매 알선 등 IT(정보기술)산업의 발전과 결합된 상업화된 성착취 환경에서는 거의 모든 아동청소년을 자발적으로 성매매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이용해 '너도 처벌받는다'는 협박을 해 성매수자나 알선자의 지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청소년을 '성매매 행위를 권유·유인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청소년(피해아동·청소년)'과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의 상대방이 된 자(대상아동·청소년)'로 구분하고, 대상아동·청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출이나 학대 등으로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청소년을 꾀어 숙식을 제공하고, 이들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경우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로 간주하고, 해당 청소년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일명 '하은이 사건'이 대표적 예다. 지난 2014년 7세의 지능을 가진 만 13세 아동 하은이(가명)는 가출 1주일 만에 성인 6명의 남성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이동되며 성폭행 당했지만 하은이가 자발적으로 스마트폰 채팅 앱을 깔고 이동했다는 점과 차비를 받거나 치킨·떡볶이 등을 얻어먹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아닌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됐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011~2017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추세와 동향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성매매 강요의 경우 15.4세(2017년), 성매매 알선의 경우 15.7세(2017년)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강요 및 알선 범죄별 경로유형을 보면 성매매 강요의 경우 2011년에는 음란물 게시 등이 목적인 사이트(블로그·카페 포함)가 54.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선배·친구 등을 통한 알선이 41.8%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마트폰 앱이 84.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매매 알선의 경우에도 2011년에는 단란주점(29.9%), 음란물 게시 사이트(28.4%) 순이었지만 2017년에는 메신저, SNS,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경우가 77.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 대표는 "아르바이트 하나를 해도 부모동의서를 가져오라고 하고 투표권도 주지 않는 등 어떠한 자율권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오로지 성매매에 대해서만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아동청소년 본인도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매수자와 알선자를 신고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하은이 사건'에 대해서는 "하은이는 피해자가 아니라 대상아동·청소년이어서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구제도 받지 못했는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도 받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아청법상 하은이를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상아동·청소년으로서 다른 범죄 가해자들과 동일하게 보호처분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이 경우 검찰은 직무유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상호모순적이고 부실하며 실효성이 없는 현행 아청법과 법무부가 주장하는 보호체계를 더 이상 지속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현행법 개정을 촉구했다.
윤채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과장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가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은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은 보호처분으로 인해 성매매 피해신고를 꺼리게 되며, 이런 열악한 처지를 알선자와 성매수자가 악용해 성매매 사실을 가족·친구 등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매매 범죄의 대상이 된 피해아동·청소년은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자'라는 의심과 사회적 낙인,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돼 성매매 알선자와 성구매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한채 성매매 피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출 후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연루되거나, 성매매를 부추기는 구매자 및 알선자에 의해 성매매에 연결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비자발적인 성매매에 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신체적·정신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 모든 상황에서 우위에 있는 성인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을 매매하는 행위는 성인을 엄히 처벌하고 아동을 보호하는 관점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8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성매매 대상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면서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주요한 원인이 가정해체 등에서 비롯된 빈곤이라는 점에서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반복적·직업적 성매매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보호·지원에 필요한 사항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8년 2월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법사위 제2소위에 회부된 후 현재까지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면서 조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출처] 국회뉴스ON (http://www.naon.go.kr/content/html/2019/06/04/c4cf1d5b-31c6-4e04-abac-424a24dffa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