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93%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이 어렵다’
▲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여성 구직자가 채용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남자 동기들은 대부분 합격했고 이제 저만 남은 것 같아요.” 4년제 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모(26) 씨는 2015년부터 약 3년간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연구직 신입에 여직원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여자라는 이유로 은근한 차별을 받는 것 같다”면서 “면접관이 여성인 내게만 결혼, 임신 관련 질문을 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직장을 어떻게 다닐 것인지, 혹시 그만둘 건지 물어봤다”고 토로했다.
고용시장 한파에 여성 구직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성 실업률은 1999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이처럼 20대 여성 실업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는 여성 실업률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기업 채용 과정에서 이뤄지는 불합리한 성차별이 여성 실업률 증가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대다수 여성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여성 593명을 대상으로 여성 취업 장벽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고 밝혔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았던 적이 있는지’라는 질문에는 72%의 응답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취업 과정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성차별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여성 실업률은 1999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으로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전년보다 1.0% 포인트 오른 7.3%였다. 이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환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1999년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보다 0.5%p 낮은 6.8%였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6%를 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11월 20대 남성 실업률은 9.1%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0%p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2월 실업률은 11.4%를 기록,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 줄곧 증가세를 보인 20대 여성의 취업자 수도 하반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9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은 20대 여성의 4분의 1수준인 3000명에 그쳤다.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잠재적인 출산휴가·육아휴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대 여성 고용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8만9795명)의 91.5%는 여성이었다. 반면 육아에 동참하는 남성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성 육아휴직자는 8.5%(7616명)에 불과하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발견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기업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에 관리하기 힘들다”면서 “고용평등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공정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