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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가 지망 변호사가 쓴 '딜레마적 사건' 2016-06-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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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성폭력 문제에 관한 토론회에 가보면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논객’들이, 성매매를 심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젊은 남자들이 성욕을 해소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성폭력 사건이 증가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잠재적 성폭력 범죄자의 성욕을 해소해주기 위해 성매매 여성이 필요하다는 논리, 이보다 더 인간을 수단이나 도구로 보는 시각이 있을까요?”

지은이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공상과학 소설 <나를 보내지 마>를 가지고 ‘성매매특별법’을 변론한다. 지난 4월 <네버렛미고>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개봉한 <나를 보내지 마>는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10대 후반이 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기 기증을 시작해야 하는 복제인간의 슬픈 운명을 다룬 책이다. 인간 복제와 성매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인간을 도구로 삼는다’는 비윤리성을 징검다리로 삼으니 꽤나 설득력 있게 이어진다.

2006년 9월 <한겨레>에 기고한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으로 화제를 일으킨 뒤 다음해 변호사로 변신한 금태섭씨가 새 책을 냈다. ’소설가가 꿈’인 변호사답게 법률가의 논리력과 ‘소설가 지망생’의 글솜씨가 두루 묻어난다. 사형, 간통죄, 화학적 거세, 흉악범 얼굴 공개, 체벌 등 찬반이 맞서는 문제들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부터 존 그리샴의 대중소설, 로맹 가리의 자전적 소설까지 인용해가며 부드럽게 풀어낸다. 제목 ‘확신의 함정’은 모든 사건사고가 가진 딜레마와 양면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 딜레마를 풍부한 비유와 함께 시원하게 풀어나가지만 독자에게 결코 확신을 강요하진 않는다. 금태섭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출처:한겨레 2011-07-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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