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청소년 성범죄피해자 보호시설 바로 앞에 대단지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줘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주거 예정지 주변에 예민한 보호시설이 있는데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가를 내 준데다 별다른 대응 방안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밀보호와 인권보장, 입소 청소년의 심리적 안정이 가장 중요한 이 시설은 다른 곳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대구시는 최근 수성구 범어동 동천초등학교 인근에 지상 37층, 503가구 규모의 아파트·오피스텔 단지 건축을 허가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터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부지와 불과 3m를 사이에 둔 곳에는 청소년성범죄피해자 지원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한 사회복지법인이 1998년 설립해 운영 중인 606㎡ 규모 건물로, 성폭력 범죄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이 상담·교육 등을 받고자 수시로 방문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입소 여부나 이용자의 인권 보장, 비밀보호가 최우선인 시설이며, 이 곳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도 10여 명이나 된다.
문제는 이 아파트 베란다가 시설 침실과 거실 창문, 뒷마당과 마주보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이 시설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시설 측은 이미 아파트 공사 소음 및 진동 탓에 시설 입소·이용자들의 불안감이 크고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당 시설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간 별 문제 없이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왔는데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생겼다. 어떻게 허가가 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같은 건물 설계로는 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대구시가 건축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전혀 검토하지 않았던 탓이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해당 시설이 있는 건물은 상업지역에 있다. 이 같은 구역의 건물에 사회복지시설이 입주했다고 해도 신규 아파트를 허가하는 데는 현행법 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해당 사회복지시설을 담당하는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실도 건축 허가가 난 뒤에야 이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시행사 측에 시설의 대체부지 마련을 권유하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해당 시설 관계자가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사실을 알게 돼 안타깝고 황당했다”면서 “앞으로 시설 입소 또는 이용자들이 입주민에게 노출되거나 마찰을 빚는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시행사 측에 시설보완 조치를 하거나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출처] 매일신문 (http://news.imaeil.com/Society/201811111624559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