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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머니투데이] '김치녀'에 '한남충'? 페미니즘과 혐오 사이 10대2018-07-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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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에 '한남충'? 페미니즘과 혐오 사이 10대

비혼 선호, 몰카 등 성범죄 불안심리 성인여성과 공유…워마드 등서 남성혐오도 퍼져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모여 경찰의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 수사가 피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교사들은 집회에서 나타난 성인 여성들의 분노를 10대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모여 경찰의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 수사가 피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교사들은 집회에서 나타난 성인 여성들의 분노를 10대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요즘 수업시간에 저출산 운운하면서 애 낳을 거냐 물어보는 틀딱(어르신을 비하하는 속어) 남교사가 있노."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 5월14일 게시글)

"일본어 교사가 '여자가 일본어로 온나(おんな)인데 남자가 온나(오너라) 하면 여자가 쫄쫄 따라간다고 외우면 된단다. (중략) 앱창(아버지의 비속어) 언제 죽노." (워마드 3월15일 게시글)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여성주의(페미니즘)가 확산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의 성희롱성 발언에, 결혼과 출산을 의무로 간주하는 가르침에 반기를 든다. 문제는 극단이다. 여성 우월주의, 남성 혐오에 치우친 학생들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남성 비하 어휘 등이 '여성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정당화돼 10대 사이에 퍼지는 것을 경계했다.

학부모와 중·고교 교사들은 여성 인권에 관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변화를 실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모 중학교의 2학년 가정 과목 담당 김모 교사(56)는 페미니즘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로 '비혼' '비출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꼽는다. 자녀나 가족보다 자아실현에 가치를 둔 여학생들이 결혼·출산을 거부한다는 얘기다.

김 교사는 "최근 몇 년 간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 계획 세우기' 단원을 가르치다 '나는 결혼 안 한다. 아이 안 낳는다'는 이의 제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예 수업 진행의 편의를 위해 인생 계획표에 결혼과 출산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했다"고 말했다.

성인 여성이 느끼는 피해의식을 공유하고 성희롱이나 '몰카(몰래카메라)' 등 성 관련 이슈에 민감해진 것도 큰 변화다. 서울 모 여고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김모 교사(48)는 "학생들과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시위 얘기를 나누다가 '남성(피해자) 몰카가 늘어야 여성 몰카가 줄어들 것'이라는 극단적 반박을 들었다"며 "성인 여성들의 피해 의식을 여학생들도 똑같이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도 학교에서 강하게 번졌다. 일례로 서울 모 여고에서는 현직교사들이 "생리하면 도벽이 생긴다" "성폭행을 당하는 이유는 치마를 짧게 입고 돌아다녔기 때문" 등의 발언을 한 것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알려졌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힘을 합쳐 고발한 내용에 서울교육청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10대 페미니즘'의 부작용도 지적된다. '한남충'(한국 남자를 벌레에 빗대 이르는 속어)과 같은 남성 비하 어휘가 폭넓게 퍼져있는 것이 한 예다. 과거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서 만들어진 '김치녀(한국 여자를 김치에 빗대 이르는 속어)' 등의 여성 비하 어휘가 일상으로 전파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중 1 여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김모씨는 "딸이 친구들에게서 '한남충' 등의 어휘를 들었다더라"며 "성별 비하 발언이 좋지 않다고 가르치지만 막상 친구들끼리 쓰는 속어를 일일이 내가 관리할 수 없으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모 교사(48)는 "주변 중·고교 남학생들이 일베를 한다며 무작정 경계심을 드러내는 여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진원지로 극단적인 여성주의 성향으로 분류되는 몇몇 커뮤니티를 지적했다. 이번 홍대 몰카가 최초 유출된 워마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중생, 여고생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본인이 10대라고 밝히는 글이 매일 몇건씩 올라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 사상이 남성혐오, 여성우월 의식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전문가는 "워마드에서 쓰는 비하 어휘는 여성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포장돼 일베 용어보다 더 심각하게 퍼질 수 있다고 본다"며 "교육뿐 아니라 법과 제도적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교사, 학부모와 학생들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영미 서울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성인권정책전문관은 "실제 학생들에게 남성·여헝 혐오 어휘의 뜻을 물어보면 그 의미를 잘 모르거나 재미로 쓰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왜 이런 표현을 쓰면 안 되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혐오 용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여학생들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왜 이런 용어들이 10대 사이에서 튀어나왔는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머니투데이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5270539286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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