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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머니투데이] 화장실 앉았는데, 휴대폰이 불쑥…그녀들의 공포2018-06-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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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앉았는데, 휴대폰이 불쑥…그녀들의 공포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는데 밑에서 휴대전화가 불쑥 나왔어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옆칸에서 사람이 급히 나가더라고요."

지난달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7년 전 경주역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당할뻔한 그녀는 아직도 공공화장실에 못 들어간다.

혜화역에 모인 여성 1만여명은 두려워하느라 자유롭게 분노할 수도 없었다. 집회 현장을 지나가는 버스, 인근 건물 옥상 등 사방에서 계속되는 촬영에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준비해 온 집회 구호나 노래보다 "찍지마!"라는 외침이 더 많이 나왔다.

여성 집회 참가자에게 인터넷상에서 염산 테러를 예고한 남성이 진짜 나타날 까봐 우려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집회 현장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며 "집회 참가자로 보이면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현실이었다.

최근 혜화역과 청계천에서 두 차례 이어진 여성들의 규탄집회가 오해에서 시작된 분노이며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별난 여성들이 유난을 떤다는 비난도 나온다. 실제 '여자라서 편파수사한다'는 주장은 수사당국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오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최대 1만명 이상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기현상에는 '여자로 살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녹아있다.

여성들은 단순히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편파수사라고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늘 겪는 불안, 공포, 위협, 두려움을 알리고 이를 방관해온 사회를 향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은 "많은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언제든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면 2차 피해를 당할 뿐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올 1월 미투 운동으로 시작된 여성들의 목소리가 일방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삶의 공간 곳곳에서 남녀 모두가 안전과 평등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소통해야 한다. 여성들은 누군가의 친구, 연인, 엄마와 딸이다.

 

[출처] 머니투데이(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605173937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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