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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경향신문] 교복·경찰·수녀복 ‘성인용 코스튬’ 판매는 문제일까?2019-02-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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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경찰·수녀복 ‘성인용 코스튬’ 판매는 문제일까?

 

 

SNS상에 올라왔던 ‘삐에로쑈핑 의왕점’ 관련 게시글. 캡쳐.

SNS상에 올라왔던 ‘삐에로쑈핑 의왕점’ 관련 게시글. 캡쳐.

 

 

교복이나 간호사복, 경찰복, 수녀복을 모티브로 한 옷이 ‘청소년 이용 불가’ 표시가 붙은 코스튬 판매 코너에 있다. 문제일까.  

최근 잡화점 ‘삐에로쑈핑’의 경기도 지점에서 이같은 물품이 판매되다 소비자들의 항의로 철수됐다. 서울 강남 코엑스몰 등 다른 지점에서는 여전히 판매 중이다. 특정 직업의 성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각하는 옷을 청소년 이용 불가 코스튬으로 판매하는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삐에로쑈핑’은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낸 점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낸 쇼핑몰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몰에 1호점을 연 뒤 중구 명동, 강남구 논현동 등 다양한 곳에 로드샵 형태로 운영 중이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몰린 지점은 이마트 의왕점이다. 이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성인 코스튬’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점으로 항의가 들어왔고 삐에로쑈핑 측은 며칠 뒤 해당 상품을 지점에서 철수했다. 삐에로쑈핑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은 ‘크레이지 앤 펀’을 모티브로 하는 유통매장으로, 할로윈과 파티문화가 대중화돼 소비자 니즈가 다양화 되면서 동물모양 의상, 재밌는 가면 등 다양한 코스튬을 판매 중”이라며 “의왕점의 경우 가족단위 고객 방문이 높은 점포 특성을 반영해 상품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고 22일 말했다. 

 

■“특정 직업 성적 대상화가 문제”  

의왕점 논란 이후 코엑스 지점을 찾았다. 이곳에선 여전히 비슷한 상품이 판매 중이었다. 코스튬을 성인용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판매도 위법이 아니다. 문제는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코스튬 중 일부가 학생, 간호사, 승무원, 경찰 등 특정 집단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데 있다.

 

코엑스 지점에선 여전히 특정 직업 유니폼 차림의 여성들을 모델로 한 코스튬이 팔리고 있었다. 상품에는 ‘청소년 이용 불가’ 표시가 붙어있었다. 다만, 해당 매대는 신분증을 내고 입장해야 하는 ‘19금 코너’ 밖 일반 매장에 있었다.  

해당 상품의 이미지를 접한 이들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간호사 일을 성적인 판타지로 만들고 소비해 직업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듯해 정말 기분이 나쁘다”며 “간호사 일은 어쩔 수 없이 환자의 노출된 신체를 보살펴야 하는 일인데, 이를 선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상한 이미지를 덧씌우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박정은양(가명·17)은 “보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항상 교복이나 간호사복 같은 게 성인용품으로 사용되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여자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성적 행위를 할거라는 이미지가 상품이 되는 상황”이라며 “욕망이 있어서 상품이 되기도 하지만, 상품이 욕망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같은 코스튬은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이 일본 잡화점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관련 상품이 많은 일본 물품을 한국에 별 고민없이 비슷하게 들여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삐에로쑈핑 코엑스 지점에서 파는 코스튬. 고희진 기자

삐에로쑈핑 코엑스 지점에서 파는 코스튬. 고희진 기자 

 

 

삐에로쑈핑 코엑스 지점에서 파는 코스튬. 고희진기자

삐에로쑈핑 코엑스 지점에서 파는 코스튬. 고희진기자 

 

■판매 막기보다 제대로 된 “성교육 필요해”  

간호사 등 특정 직업의 옷이 성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흔하다. 일부 남성 대상 성인 잡지에서는 여성 모델이 노출 심한 제복을 입고 등장하기 일쑤다. 최근 들어서는 헬로윈 파티 때 이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도 많다.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 숲’에는 이때마다 “속상하다”는 글이 넘쳐난다.  

흔한 일이기에 이 같은 코스튬을 봐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중학생 김지원양(13)은 “옷을 보고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예쁘고 착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소년 단체 활동가인 쥬리는 “티비를 보면 아이돌들도 비슷한 옷을 입고 나온다. 청소년들이 이런 옷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면서도 “해당 코스튬이 여성 직업인을 남성들이 소비할 수 있는 성적 대상으로 보는 문화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씨는 “옷의 활용법은 구매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코스튬은 성인용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며 “용도를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강용석씨의 ‘아나운서 논란’처럼 특정직업에 대한 성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문제”라며 “규제하기보다는 콘텐츠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231440001&code=9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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