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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겨례]‘미투’ 성역 없는 폭로…고개 숙이는 가해자들2018-02-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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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언론계 잇단 추가 폭로
신부·뮤지컬 대표·기자 등 포함
폭발적 양상으로 전방위 터져나와

가해자들 대응 행태도 변화 조짐
사실 인정하고 반성 입장 밝혀
“책임보다 확산 막기 의도” 분석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한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 대표 겸 연출자 윤호진씨. <한겨레> 자료사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한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 대표 겸 연출자 윤호진씨. <한겨레> 자료사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쏟아진다. 말 그대로 ‘성역 없는 폭로’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미투 운동’(나도 당했다)이 문화예술계와 언론계, 종교계까지 폭발적인 양상으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하던 가해자들도 잇단 추가 폭로로 거센 ‘역풍’이 불자 이제는 발 빠른 사과와 대처에 나서고 있다.

 

유명 천주교 신부의 성폭행 시도 폭로는 종교 역시 미투의 무풍지대일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김아무개씨는 23일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활동했던 한아무개 신부가 7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지에서 자신을 수차례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시도했다고 고발했다. 한 신부는 고 이태석 신부와 함께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될 만큼 존경받는 사제였으며, 2012년 귀국해 수원교구의 주임신부로 재직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 신부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고 모든 직무를 정지시켰다. 또 25일 이용훈 수원교구장 명의로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누리집에 게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이날 “피해 여성께 용서를 청한다”는 내용의 참회문을 발표했다.

 

뮤지컬계의 거목으로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때 술자리와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복수의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40대 후반의 유명 뮤지컬 배우 서아무개씨 역시 피해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고 고발했다. 배우이자 교수로 활동 중인 배우 한명구씨 또한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공개됐다.

 

영화계에서는 조근현 감독에 이어 중견 영화 음악감독 이병훈씨가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이씨의 조감독으로 일했다고 밝힌 박아무개씨는 지난 23일 소셜미디어에 “<쎄시봉> 지방 촬영 중이던 지난 2014년 이씨가 ‘키스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재즈피아니스트 ㅇ씨도 “공연 뒤 뒤풀이에서 강제로 키스하고 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방송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한 전 직원은 2012년 직원 엠티에서 백아무개 기자가 성추행을 했으며 이를 고소하자 보도국 일부 간부들한테 고소 취하 압력을 받았다고 24일 온라인상에 폭로했다.

 

이처럼 끝을 알 수 없게 터져 나오는 피해자의 폭로에 가해자의 사실 인정과 사과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심지어 ‘선제 대응’에 나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배우 조재현씨는 성추행 의혹 이틀 만에 공식 입장문을 내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드라마에서 중도하차 했다. 배우 한명구씨도 만 하루 만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모든 공연을 취소하고 반성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윤호진 대표는 구체적 폭로가 이뤄지기 전인 2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희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분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 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다. 28일 예정됐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웬즈데이> 제작 발표회도 미뤘다.

 

이는 부인으로 일관하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사태를 키운 이들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민기씨는 “사실무근”이라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다 피해자의 연쇄 폭로로 ‘괘씸죄’까지 얹히며 여론의 융단폭격을 당했다. 이윤택씨 역시 “성추행은 사실이지만 성폭행은 거짓”이라며 오리발을 내밀다 피해자의 실명 폭로와 은폐·대책회의 폭로까지 터져 사회적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바 있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빠른 사과는 책임지는 자세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추가 폭로를 예방해 명예에 더이상 흠집이 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겨례(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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