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바농 “성폭행 당할 뻔” 스트로스칸 “무고로 맞고소”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설상가상이다.
미국 뉴욕에서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가 또다른 ‘성폭행’ 혐의로 혹 하나를 더 얹을 전망이다. 이번엔 프랑스 여성이다.
작가이자 언론인인 트리스탄 바농(32)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쿠비는 스트로스칸 전 총재를 바농에 대한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곧 고소할 것이라고 4일 프랑스 시사주간 <렉스프레스>에 밝혔다. 바농은 “스트로스칸이 (지난 1일 뉴욕에서)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회당의 유력 대선후보에서 파렴치범으로 전락한 스트로스칸은 뉴욕 검찰이 호텔 여종업원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품으면서 기사회생의 계기를 맞은 참이었다.
스트로스칸 쪽은 바농의 주장을 “상상의 것”이라고 일축하고 즉각 바농을 중상비방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의 변호인들은 “바농의 주장은 스트로스칸이 미국에서
기소된 혐의들이 진실성이 없다는 점에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시점에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7년 2월 바농은 한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스트로스칸 당시 총재를 인터뷰하려다
성폭행당할 뻔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에선 스트로스칸의 실명이 묵음 처리됐으나, 바농은 나중에 프랑스의 한 웹사이트에 ‘거물 정치인’이
스트로스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방송사에서 일하던 바농은 스트로스칸 총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스트로스칸은 빈 아파트로 바농을 불렀다고 한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녹화를 시작했는데, 그가 ‘당신의 손을 잡지 않으면 질문에 답변을 잘 해내기가 힘들다’면서
내 팔을 잡더니 손이 점점 더 올라왔어요. 결말은 아주 폭력적으로 끝났지요. 난 “노”라고 분명히 말했고 몸싸움이 벌어졌어요. 난 그를
걷어찼고, 그는 내 브래지어와 청바지를 벗기려 했어요.”
도망쳐 나온 바농은 사회당 소속 정치인이자 현재 프랑스 서북부 도시 외르의 시의회 부의장인 어머니 안 망수레에게
그 일을 털어놓으면서 스트로스칸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건은 당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총재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는
4일 프랑스 뉴스웹사이트
<뤼 89>(Rue 89)에 “당시 딸이 언론인 경력을 망칠까봐 고소를 말렸었다”고 털어놨다.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바농이 스트로스칸을 고소하더라도 현재 뉴욕에서 진행중인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혐의 재판에 별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5일 전했다. 뉴욕의 전 형사범죄 담당 검사였던 매튜 갤루조는
“바농의 고소가 (스트로스칸의 뉴욕 재판과 관련해) 뭔가를 바꿔놓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뉴욕시립 포댐대학의
이안 웨인스타인 교수(법학)도
미국 법률은 형사 사건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범죄나 비행을 범죄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오는 13일 내년 대선후보 경선 등록 마감일 이후에라도 스트로스칸이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이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트로스칸의 정계복귀에 대해 응답자의 49%가 찬성, 45%가 반대해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그러나 또다시 성폭행 혐의가 불거지면서
스트로스칸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출처:한겨레 2011-07-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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