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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왜냐면] 아동 성폭력, 화학적 거세가 답인가 / 구홍림2016-06-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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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 억제를 통해 

성범죄를 막고자 한다면,
고환 아닌 뇌에서 반응하는
남성호르몬은 어찌할 것인가?

 

다음 중 죄질이 가장 극악무도하여 제일 엄한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성범죄자는? ①정신지체장애 여성을 1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자 ②초등학생 아이를 집으로 유인해 1회 성폭행한 자 ③이혼 후 친딸을 3년 동안 성폭행하여 임신시킨 자 ④장모를 취중에 1회 성폭행한 데릴사위. 이런 사지선다형 문제가 출제됐다. 당신은 어떤 보기를 선택하겠는가? 보기 넷의 피의자 중 누가 가장 나쁘며, 보기 넷의 피해자 중 누가 가장 고통을 받을까?

국회는 보기 ②번을 선택한 것 같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양형이 크게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9일 ‘아동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이 법안은 ‘아동성폭력범’을 대상으로 해서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아동성범죄의 경우 ‘보복심리’와 ‘응보형주의’에 입각한 양형 강화가 근본적인 범죄예방, 재범률 축소로 이어지기 어렵다. ‘화학적 거세’로 대표되는 ‘엄한 형벌’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만들어놓은 법에 의해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동성범죄의 신고율은 10%, 기소율 40%, 구속률은 36%에 불과하다. 90%의 가해자가 법망을 피해가는 ‘사법누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성폭력 가해자 엄단’을 위해서는 관련법 형량의 상향조정이 아니라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높이는 것이 먼저다.

‘화학적 거세’ 법안은 아동성범죄를 성도착증 혹은 소아기호증을 앓는 ‘정신병자’가 ‘고환’에서 분비되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일으키는 범죄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발기불능인 남성도 여성을 성폭행하고 추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체코에서는 물리적 거세까지 받은 남성 3명이 재범을 한 사례가 있다. 남성호르몬 억제를 통해 성범죄를 막고자 한다면, 고환 아닌 뇌에서 반응하는 남성호르몬은 어찌할 것인가?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다고 해도 몰래 남성호르몬을 주입받는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약물효과를 상쇄하는 다른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아동성범죄자는 소아기호증이나 성도착증 같은 병리적 현상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동성범죄의 80%가 양육자, 교사, 동네 사람 같은 면식범의 소행이다. 이들의 왜곡된 여성관과 성에 대한 그릇된 판타지가 아동성범죄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결국, 아동성범죄의 ‘재범’을 줄이고 ‘초범’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기응변식 강력처벌책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아동성범죄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받지 않는 이상 다시 사회로 나오기 마련이며, 출소 이후 재범의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와 정신치료 같은 장기적인 교정노력과 더불어 아동성범죄자의 왜곡된 여성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범’을 예방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바람직하고 건강한 성교육을 공교육 차원에서 받아야 한다. 성에 대해서 쉬쉬하는 문화도 바꿔나가야 한다. 여성을 성노리개화하는 포르노를 성교육의 통과의례로 학습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아동포르노가 버젓이 유통되는 한, 아동성범죄를 막을 길은 요원하다.

구홍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출처 : 한겨레 : 2010-07-06 오후 05: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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