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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매맞는 이주민들 “노!”라고 외쳐요 2016-06-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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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습 탓 심한 학대 받아도 항변안해

한국안 인권실태 조사…“법 대응 교육 절실”

 

 

필리핀 이주민들은 맞고도 ‘괜찮다’고 말하는 때가 많지만 이는 괜찮은 게 전혀 아닙니다.”

필리핀 인권단체인 ‘여성의 법·인권 보호국’(WLB)의 젤린 파클래린(35·사진) 사무국장은 11일 “필리핀 사람들은 ‘노’(No)라고 말하면 무례를 범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사장이나 남편에게 얻어맞고도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케손시티에 위치한 필리핀대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 WLB는 여성의 인권 보호와 이를 위한 법률 구조 연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으며 파클래린 국장은 이곳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 4일 시민단체들의 국제연대기구인 ‘새로운 대안을 찾는 아시아 네트워크·아레나’(ARENA)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부산에서 열린 결혼 이주 여성 인권세미나에서 참석한 뒤 국내 필리핀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조사는 한국과 홍콩,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등 5개 나라에 살고 있는 필리핀 이주민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인권보호 방안마련하고자 유럽연합(EU)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파클래린 국장은 “결혼 중개업자로부터 정보를 충분히 듣지 못한 채 국제결혼을 한 뒤 나중에 후회하는 필리핀 여성을 많이 봤다”며 “그러나 필리핀 이주민들은 돈을 벌거나 꿈을 이루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구타(beating)도 접촉(touching)이라고 생각하고 성폭력(violence)을 추행(harassment)으로 여기며 육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감수하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안 돼요’라고 항변하지 못하는 필리핀인들의 관습 때문에 그들의 인권 상황은 나빠지기만 한다”며 “이들에게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법적 구제 방안을 가르쳐 주는 게 악순환 고리를 끊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결혼 중개업자들의 허위, 과장 정보에 속은 결혼 이주여성들에게는 남편의 구타와 폭력도 문제지만, 필리핀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민으로 귀화할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0일 서울 숭인동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방문해 피해 사례를 수집했으며 지금까지 모두 10여명의 필리핀 이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13일 한국을 떠나는 파클래린 국장은 “일할 권리,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공동체에 속할 권리 등은 국적을 막론하고 누구나 갖는 권리”라며 “이런 인권을 보장하려면 한국인이나 필리핀인이 모두 서로 잘 알아야 하며 각국의 시민 단체들이 더 자주 연대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출처 : 한겨레 : 2010-06-11 오후 08: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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