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성폭행 피해
인정했지만... 최근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는 판결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18일 부산지법
제5형사부(고종수 부장판사)에서나온 판결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성전환자 성폭행범에 대해 강간죄를 최초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정집에 침입해
돈을 훔치고 50대 성전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아무개(28)씨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4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지난 1996년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 성염색체, 생식능력 등을 들어 강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13년
만에 내린 전향적 판결은 한 개인의 성정체성을 인정했다는 점과 피해자의 피해를 바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피해 여성이 여성으로서 살아왔음을 입증해야 했다. 즉 외형적으로 완벽히 여성화하는 성전환
수술을 마쳤고, 남성과의 이성애적 성행위가 가능하며 성감을 느끼며, 남성과 혼인관계에 있음을 강조한 점 등이다. 제도적으로 여성이라는 판단
근거를 여전히 해부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또 강간죄가 부녀만이 당하는 범죄로 계속 한정짓는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성을 기반으로
하는 폭력과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인정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폭력의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인간의 행복할 수 있는 권리에 입각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호적정정 신청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성전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성전환자 호적정정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 행정기관은 호적정정 사무처리 지침 등을 만들어 성전환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한 인격체로서 성전환자의 인권을 위해서는 먼저 성전환자 호적정정 특별법 제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출처 / 2009.03.05 한겨레 |